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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태크이야기/부동산

[번외편] 네, 누구시라구요?

by dblisher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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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걸려온 전화 한 통”

네,,, 누구시라구요?!

 

첫 신혼집에서 탈출하듯 이사를 한 지

2년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평소 같았으면 안 받았겠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혹시 Dblisher님이신가요?”
“네, 누구시라구요…?”

 

상대는 그 이름도 이제 가물가물한 ‘OO빌라’의 현재 세입자라고 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집… 정말 잊고 싶었던 기억이 담긴 곳이었다.

“아… 네… 제 번호는 어떻게… 무슨 일이시죠?”

 

상대는 조심스레 자신이 내 다음 다음 세입자라고 말했다.

헉, 2년 사이에 세입자가 두 번이나 바뀐 거야?

순간 예전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내가 살짝 뜯어놓은 벽지 때문인가? 설마 그걸로 물어달라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내가 반반 내자고 해도 싫다 그러면 어떡하지? 짧은 정적, 그리고 이어진 대답.

 

“집주인 얘기 들으셨어요?”

“집주인이요…? 전 계약 당시 임대사업자 명의로 된 부동산 법인이랑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하… 여기 전세사기래요. 깡통주택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전세사기? 뉴스에서만 보던 그 말.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때 내가 뭘 잘못했나?

책임이 나에게도 있는 걸까?

하지만 그분은 내게 그 당시 상황을 알고 싶어하는 듯했다.

 

“혹시 첫 세입자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계약하시게 된 건가요?”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분양사무소 직원과의 계약, 그때 들었던 설명, 건축주 명의였던 등기부등본, 애매했던 상황들까지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분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마무리했고, 나는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한동안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봤다.

그분 심정이 어땠을까.

사회초년생이었을 수도 있고, 우리처럼 신혼부부였을지도 모른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았거나, 첫 월급부터 아껴가며 모은 돈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문득,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였다면, 나였다면…?

 

이후에 알아보니 그 집의 소유주는 내가 살던 시절 이후로 세 번이나 바뀌었고, 지금의 집주인은 소문난 ‘화곡동 빌라왕’.

뉴스에도 여러 번 나왔던, 수십 채의 빌라를 소유하고 전세사기를 벌였던 인물이었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게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건 본인이 무지해서 그런 거지.

큰돈 주고 인생 공부했네.”

아니요. 그런 말은 피해자에게 던지는 말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속이고 사기를 친 건 사기꾼의 범죄입니다.

공부로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무지랭이 시절 신혼집 이야기, 여기서 끝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 Dblish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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